[2002/03/09]

'스팸메일 공해' 年 11조원 날린다

미국 통신업체 AT&T가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업체(ISP) ‘월드넷’은 지난달 18, 19일 서비스 개시 후 처음으로 악몽 같은 상황을 겪었다. 사용자들이 e메일(전자우편)을 보내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영원(永遠)’이나 다름없는 24시간이나 걸려 항의가 빗발친 것.

원인은 스팸메일이었다. 하루 1500만∼2000만개의 메시지를 처리하는 이 회사 서버에 수백만개의 스팸메일이 한꺼번에 밀려든 것. 이처럼 스팸메일은 ISP와 기업, 네티즌 모두에게 갈수록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경제전문 주간 비즈니스위크 온라인은 최근 특집기사로 그 폐해를 상세히 소개했다.

▽확산 실태

스팸메일 방지기술업체인 브라이트메일사가 미국의 8대 ISP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스팸메일은 전체 e메일 발송량의 11∼26%를 차지했다. e메일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관련업체의 스팸메일 비율은 50%에 육박했다.

스팸메일은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폭증하고 있다. 인터넷 마케팅 조사업체인 ‘주피터 미디어 메트릭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자 1인당 스팸메일 건수는 571건이었으나 2006년에는 150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업체인 ‘페리스 리서치’의 데이비드 페리스 사장은 “1년 후면 스팸메일이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장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스팸메일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상당수 미 기업들은 올해 메일 보관 및 관리비용을 지난해보다 100∼150% 증액했다.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ISP의 경우 방지프로그램 구입 등으로 연간 650만달러(약 84억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연합(EU)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스팸메일로 인한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 연간 86억달러(약 11조18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스팸메일과의 전쟁

미국 스팸메일 방지프로그램 업체들은 포르노뿐만 아니라 살색 톤의 첨부파일 화상을 걸러내는 방지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브라이트메일은 스팸메일이 올 경우 자동적으로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에 연결되도록 하는 100만개의 ‘함정 계정’을 웹사이트 곳곳에 심어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팸메일 광고자들은 도메인과 도메인을 게릴라처럼 옮겨 다니며 스팸메일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핫메일 등 대중적인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메일이나, 스팸메일의 주 원천으로 꼽히는 아시아에서 발송된 메일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