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2-22]
방위산업체 A사가 모셔온 외국인 과학자 J씨. 그는 지난달 A사가 개발한 국산 잠수함 관련 극비 보고서를 복사해 자기 나라 관계자에게 넘겨주다 현장에서 수사 당국에 적발됐다.
그러나 일부 자료는 이미 건네진 뒤였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당국의 조사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 출연 B연구소. 최근 3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3차원 입체영상 관련 첨단기술을 도난당했다. 한 핵심 연구원이 민간업체로부터 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료 원본을 통째로 넘긴 것.
그러나 정보 유출 당사자는 정직처분만 받고,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연구소측이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로, 경쟁업체로, 민간기업으로…' . 산업
스파이가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의 '정보 빼내기' 수법은 날로 지능화하고
대담해지는 반면 국내 기업과 연구소들의 보안망은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산업 스파이 사건은 수사
당국에서 확인한 것만 60여건에 달한다.
특히 외국으로의 기술.산업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심각한 국부(國富)유출의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본 기관들은 파장을 걱정해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기계부품 전문 수출업체 C사는 최근 해외영업부 직원이 중남미에 있는 외국 경쟁업체에 주력 수출부품 설계도를 넘겨주는 바람에 이 지역에 대한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지난 6월에는 K전자의 외국인 기술고문 K씨가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을 본국으로 빼돌렸다.
연구소나 경쟁업체들을 표적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불법적인 '정보 빼내기' 도 심각한 상태다.
특히 기업 퇴출 등 급격한 기업 환경 변화를 틈탄 정보 유출 사고가 잦다.
지난 9월 한 기업체 부설 연구소 간부는 연구원에 대한 회사의 낮은 처우에 불만을 품고 3백억원이 투입된 첨단 폴리머애자(신소재 금속)설계도면을 빼돌렸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통신기기 제조업체의 수출 업무를 대행하던 무역업자가 이 회사의 인공위성 전파 수신기 설계도면을 빼내 같은 업종으로 창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외국 회사나 유학생.연구원 등으로 신분을 위장한 외국 산업 스파이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며 이에 비해 대부분의 기업.연구소들의 보안 인식은 턱없이 낮은 실정 이라고 우려했다.
기획취재팀=이상복.서승욱.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