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22]
전국 15세 이상 네티즌 가운데 무려 96%가 인터넷 사용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또한 이 조사에서 네티즌의 75% 이상이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안정성과 보안성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인터넷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의 신뢰 기반 구축을 좌우하게 될 절대적인 요소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성을 믿지 못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시 실시를 독려한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대는 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개인정보의 부당한 유출과 이용 등 사이버 범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은 인권침해 등 21세기 디지털사회의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차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례는 적지 않다. 우선 예금계좌·신용카드·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해킹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의해 인터넷 이용자 100명 중 17명 가량이 크고 작은 해킹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1차적으로 인터넷 보급과 이용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여러 기술적 보완장치가 뒤따르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각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사이트 이용시 일반 이용자들에게 과다하고 세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제도적 미비점이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보원 조사에서도 이 같은 과다하고 세밀한 정보 공개 요구 때문에 조사 대상의 86% 이상이 불안과 초조 등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유출에 의해 피해가 우려되는 또 한 가지 사례는 스팸메일의 급증현상을 들 수 있다.
스팸메일 피해는 개인보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 예컨대 불법복제물과 음란물의 무단유통 또는 윤락알선 등의 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스팸메일 현상은 인터넷서비스업체들에 의해 개인 회원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소보원 조사 결과에서도 99% 이상의 이용자들이 스팸메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각별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책이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당국의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예컨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의 양도 및 양수에 대한 규정을 더욱 명확하게 함으로써 서비스업체들의 과다한 정보 공개 요구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팸메일의 경우 역시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발송자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할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서비스업체에 대한 기술감사 등도 강화해 극단적인 해킹 피해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