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04]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요즘 냅스터 창업자 숀패닝이 그럴 것이다. 냅스터에 거액을 투자한 베텔스만도 마찬가지. 서비스 폐쇄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투자금을 날릴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의 소리바다 개발자 양씨 형제 마음도 착잡하다. 얼마 전 만난 양일환 대표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P2P와 MP3. 결국 사용자들은 다음 같은 선택을 해야한다. 돈을 내든지,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냅스터와 소리바다의 후계자를 기다리든지.

그렇지만 대부분의 무료 MP3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벌써 발빠르게 다른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오디오갤럭시 새터라이트(Audiogalaxy Satellite), 베어쉐어(BearShare), 내피게이터(Napigator) 등이 그 주인공들. 이 가운데 인기 급부상 중인 베어쉐어는 바로 누텔라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얼마 전 한 건의 바이러스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바로 냅스터의 뒤를 이을 황태자로 주목받는 그누텔라에 관한 내용이었다. 만드라고어(Mandragore)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유독 그누텔라 네트워크에서만 활동한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그누텔라 바이러스라니!

그누텔라 사용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그 바이러스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2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생각해봤다.

첫째, 냅스터의 소행? 자신들이 문 닫게 되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몰릴 것 같은 경쟁자 그누텔라를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은 아닐지. 아직 항소중인 냅스터(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사용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둘째, 메이저 음반사들의 음모? 그들은 냅스터를 잡아도 불안하다. 좀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다니는 제2, 제3의 냅스터가 출현했고,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전망. P2P는 더 이상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게다가 그누텔라의 경우 소스 코드가 개방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냅스터를 폐쇄시키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이를 무력화시키고 싶지 않았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물론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고 싶었던 어떤 해커의 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만드라고어는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확장자가 exe이기 때문에 주의만 기울이면 금방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 규모를 떠나 만드라고어의 출현은 단순한 바이러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로이터 통신은 어마어마한 바이러스 이동경로를 지닌 P2P 네트워크가 언젠가는 전자우편보다 더 큰 감염원이 될지도 모른다라며 우려했다. P2P 네트워크도 이메일 망 이후 또 하나의 바이러스 활동 무대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P2P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향후 이메일 사용자를 능가하게 될 시기가 온다면 이번 만드라고어는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위의 2가지 가상 음모론이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이용태 기자 (enable)